하노이 살 적에../하노이 일상

열흘 지난 생일을 챙겨 받다.

쏘아이 2012. 4. 12. 21:48

 

어제 밤 12시, 핸드폰으로 "삑~" 하고 문자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밤 12시에도 광고문자를 보내나 하고 삭제하려고 열었는데...

앗! 생일 축하 메시지였다.

 

 핸드폰으로 온 하트 모양의 문자 메시지

 

 문자를 보낸 사람은 3학년 여학생이었다.

내 생일이 지난지 벌써 열흘이나 되는데, 이 학생이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오늘 오후 12시쯤.

누가 방문을 노크해서 열어보니, 3학년 여학생 2명이 밖에 서 있었다.

나를 보면서 하는 말, "선생님, 생신을 축하드려요. O 이가 선생님 생일날짜를 잘 못 봐서 오늘 인줄 알았어요" 하고 말을 한다.

날짜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어제 밤 내게 문자를 보낸 여학생이 몇 주전에 학과사무실에 갔는데,

학과게시판에 붙어있는 선생들 연락처 옆에 쓰인 내 생일 날짜를 보았단다.

그런데 아마 학과에 다른 선생님들이 있어서 자세히 못보고 슬쩍 보았는데, 그게 12일 이었다고 말을 한다. 

 

나를 생각해 주는 게 참 기특한 여학생들이다.

내가 이 학생들에게 해 준 것이 별로 없는데....

오히려 내게 아주 많이 받은 선생들은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데,

내가 해준게 별로 없는 이 학생들이 나를 더 챙겨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한사코 사양을 한다.

한 여학생은 밖에 언니가 기다리고 있고,  또 한 여학생은 집에 빨리 가야한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점심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학생들을 보냈다.

 

아래는 학생들이 생일이라고 주고 간 과자와 카드, 그리고 선물이다.

 공부하면서 먹으라고 과자와 요플레까지 주고 갔다. ㅋㅋ

 

  

 

 학생들이 쓴 생일축하 카드

 

선물 봉투를 열어보니 용도를 알기 어려운 옷감이 들어 있었다.

스카프로 쓰기에는 크기가 너무 크고...

옷감가게에서 그냥 천을 끊어 온 것 같았다. ㅎㅎ

단을 시침질해서 스카프로 쓰던지, 아니면.... 뭘 만들어야 하나...

 

학생들이 준 선물

 

 

학생들이라 용돈도 별로 여유가 없을텐데, 내 생일까지 챙겨주고...

고맙구나, 얘들아...

너희들의 고운 마음을 잘 간직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