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생강(ginger lily) 향에 취하다.
도마뱀 때문에 낮과 밤을 바꿔서 산지 어언 1달...
너무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새벽에 잠깐 선잠이 들었으나, 곧 깍~깍~ 소리에 또 잠을 깨고...
왜 자꾸 내 방에 들어오는 거얏!... 제발 좀 나가! 들어오지 마랏!!
시계를 보니 오전 6시이다.
어차피 잠 자기는 틀렸으니 오랜만에 로컬시장에나 가 볼까 하고 숙소를 나섰다.
시장 입구에 꽃장수 할머니가 보인다.
내가 늘 꽃을 사던 젊은 아주머니는 요새 통 보이지를 않는다.
계란과 두부를 사가지고 나오며 꽃을 살까 하고 꽃장수 할머니께 갔다.
오늘은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분홍 장미, 주황 장미, 백합, 그리고 소국과 이름모를 꽃이 있었다.
오늘은 무슨 꽃을 사지...
국화가 좋으면 국화를 살까 했는데, 소국 한다발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백합 옆에 있던 키가 큰 이름 모를 꽃에 눈길이 갔다.
어? 이게 무슨 꽃이지? 별로 본 적이 없는 꽃인데...
"할머니, 이 꽃 이름이 뭐에요?" 하고 물으니, 할머니가 "화(꽃) @@ 티엔" 이라고 하신다.
앞의 말 화와 뒤의 말 티엔 만 들린다. ㅜ.ㅜ.
벳남어는 듣기도 어렵고 발음도 어렵고...
할머니께서 "향기가 아주 좋아" 하셨다.
그럼 오늘은 저 이름 모를 흰 꽃을 한번 사 볼까나.. 향기가 좋다고 하니까...
"얼마에요?" 하고 물으니 딱 두 다발 남았는데, 두 다발에(20송이) 30,000동 이라고 하신다.
"두 다발 주세요" 했더니,
할머니가 소국 한다발을 같이 싸면서, 소국은 10,000동이니 같이 가져 가라 하신다.
오늘 소국은 꽃이 정말 별로인데... 꽃이 물에 닿았는지, 줄기와 잎이 무른 것 같은데...
안팔릴 것 같으니 할머니가 내게 떠 넘기려는 것 같다.
겨우 10,000동이니, 그냥 사 가야 겠구나...
그래서 이름모를 꽃 두 다발과 소국 한다발을 사가지고 왔다.
모두 40,000동(2,200원 정도)에 산 꽃들
숙소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시작..
베트남 인터넷을 한참 검색을 하니 꽃이름이 나온다.
베트남 이름 : Hoa(화-꽃) Ngải Tiên(응어이 티엔)
영어 이름 : ginger lily, white butterfly ginger lily, garland flower(화환 꽃)
학명 : Hedychium(헤디키움) coronarium Koenig
꽃말 : 신뢰, 당신을 믿습니다.
위의 흰꽃 이름이 Hoa Ngải Tiên 이다. 한국에서는 꽃생강이라고 부른다.
꽃말도 참 마음에 드는 구나... ㅎㅎ
큰 아크릴 화병에는 꽃생강을 꼽고, 아주 조그마한 화병에는 소국을 꼽아 보았다.
그런데 작은 화병에 소국이 별로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래서 소국 대신에 꽃생강을 두 송이 꼽아 보았다.
이게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한데...
꽃병이 딱 두 개 뿐이라서 할 수 없이 소국은 500ml 생수병을 잘라서 꼽았다.
플라스틱 생수병이 힘이 없어서 자꾸 쓰러져서, 지지대로 유리컵을 이용했다.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았는데도 꽃생강 향을 맡아 보니 아주 향기롭다.
흠.. 이 꽃 좋아하게 될 것 같은데...
그.
런.
데.
반나절 만에 꽃이 활짝 피어 버렸다.
꽃향이 온 방안에 진동을 한다.
백합 향 보다는 향이 좋은데, 향의 강도는 백합이 울고 갈 정도이다.
꽃생강의 향이 좋아 향수의 원료가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럴 만 하다.
음... 향이 이렇게 강하니 오늘 밤에 이걸 또 화장실로 보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네...
어쨋든 2,200원으로 이렇게 꽃 호사를 부릴 수 있다니...
이럴 때는 하노이가 좋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