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지방 훼(Hue)에는 아시아 건축 역사에서 아주 희귀한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호권(Ho Quyen, 虎圈) 입니다.
영어로는 Tiger Fighting Arena 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비교하기에는 좀 빈약하긴 하지만, 베트남에만 있는 아주 독특한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은 호랑이와 코끼리가 싸우는 모습을 황제와 귀족들이 구경하기 위하여 건축 되었습니다.
민망(聖祖 明命, 1820-1840 재위) 황제 시기인 1830년에 만들어졌으며, 원형 경기장의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위치는 훼 중심지로 부터 약 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향강(Perfume river)의 남쪽 제방 위에 있습니다.
훼 중심부에서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합니다.
호권(Ho Quyen, Tiger Fighting Arena)의 위치
호권의 모습. 중앙의 문은 폭 1.9m, 높이 3.9m로 코끼리 출입문 입니다.
코끼리 출입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경기장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우측의 계단은 15개의 층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인들과 일반 백성들이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무너질 염려가 있어서인지 관리인이 올라가지 못하게 해서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
문을 중심으로 좌측에 있는 계단은 20개로 이루어져 있고, 바로 이곳이 황제와 귀족들이 올라가는 곳입니다.
붕괴의 위험이 있는지 이 계단도 올라가지 못하게 아래에 철책을 쳐 놓았습니다.
황제와 귀족들이 출입하는 계단
위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넓이 96m², 높이 1.5m의 직사각형의 황제 전용 관람석이 있었다고 합니다.
코끼리가 들어가는 문을 통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5개의 구멍이 보이는데
이곳은 호랑이와 표범을 가둬 두는 곳이라고 합니다.
호랑이나 표범이 저곳에서 나와서 코끼리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겠지요.
호랑이와 표범의 출입구 (오른쪽 사진 : 구글 이미지 참조)
호랑이 우리 속 모습
호권 밖에서 대기 중인 코끼리 (사진: 구글 이미지 참조)
코끼리와 호랑이의 싸움 상상도 (사진: 구글 이미지 참조)
전통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호랑이는 사납고 해로운 동물로 생각했고,
코끼리는 황실의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고귀한 동물로 여겼다고 합니다.
따라서 호랑이와 코끼리의 싸움은 코끼리가 이기도록 사전에 조작되었다고 합니다.
경기를 앞두고는 호랑이를 굶겨 기운이 빠지게 하고, 발톱과 송곳니를 제거하여 결국 코끼리가 이기도록 했다고 해요.
코끼리의 승리를 통해 황제와 황실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겠지요.
경기는 1년에 한번씩 개최 되었는데, 마지막 싸움이 열린 시기는 1904년으로
타잉 타이(成泰, 1889-1907년 재위) 황제 재위 시절이었습니다.
호랑이와 코끼리의 싸움은 황제와 일반인들의 관람을 위한 기능 외에도,
전쟁을 대비하여 전투용 코끼리를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호권은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한 형태의 원형건축물이며,
이를 인정받아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훼(Hue)의 주요 유적 중 하나입니다.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보수가 시급한 호권
호권은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 유산이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므로,
훼(Hue)에 가시게 되면 호권을 한번 꼭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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