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베트남 이미지

베트남 자수를 보며, 엄마의 모란꽃 자수 이불홑청을 생각하다

쏘아이 2011. 12. 18. 08:44

 

제가 서울에 갈때마다 꼭 사가지고 가는 베트남 기념품이 있는데,

바로 베트남의 자수 그림이에요.

수를 아주 정교하게 놓고 예뻐서 가끔 선물도 하기도 하고, 액자에 끼워서 제 방에 걸어놓기도 하지요.

 

2009년 10월에 이명박 대통령이 하노이를 방문했을때

제가 있는 국립외국어대에 오셔서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1시간 가량 간담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국립외대 총장님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수 액자를 기념품으로 선물을 하시더라구요.

한국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베트남에 방문을 하면, 이 자수 액자를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예전에는 한국 여성들도 자수를 많이 했었지요.

전주이씨(덕흥대원군-선조의 아버지- 후손) 인 저희 어머니께서도 시집오시기 전에 자수를 많이 하셨대요.

제가 중학교 다닐때만 해도 옷장 서랍 속에 엄마가 시집오실때 혼수로 가져오신

손수 수 놓으신 모란꽃 이불홑청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아, 정말 예쁘네. 우리 엄마가 처녀때 솜씨가 좋으셨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때 가끔 옷장 서랍을 열고, 엄마가 수 놓으신 모란꽃 이불 홑청을 보곤 했었지요.

 

한 10여년 전에 어떤 분의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 분은 자신의 어머니가 처녀때 수 놓으신 베개 보를

액자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어요.

저도 엄마의 이불홑청이 생각나서, 액자에 끼워서 보관할 생각으로 여쭤 보았더니,

필요없는 물건인 것 같아서 버리셨다고 하시네요. ㅠ.ㅠ

제가 좀 일찍 철이 들어서, 그걸 잘 챙겨놨었어야 했는데...

 

베트남의 자수 그림을 보게 되면 저는 저희 엄마가 수 놓으신 모란꽃 이불홑청이 자꾸 생각이 나요.

 

지난 주에 호안끼엠 호수에 놀러 갔다가 자수 그림 1개를 샀어요.

이번에 산 것은 하롱베이 경치가 수놓아진 자수에요.

 

이름이 있는 장인이 운영하는 가게라서 그런지 가격이 싸지는 않았어요.

액자없이 자수 그림 1개에 10$ 줬어요.

 

하롱베이 바다의 키스 바위와 배를 수놓은 자수 그림

(하롱베이를 가보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저 바위가 배가 이동하는 각도에 따라서

서로 점점 가까워져서 꼭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저는 키스 바위라고 불러요. ㅎㅎ)

 

 

연꽃과 잠자리 자수

(위 가게에서 앞치마 1개를 샀는데, 앞 주머니에 자수를 놓았어요. 1개 12$)

 

 

베트남의 중부지방 다낭, 훼, 호이안도 자수로 아주 유명해요.

아래 사진은 호이안에 갔을때 찍은 사진이에요.

 

자수를 놓고 있는 아가씨

(큰 작품은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몇년씩이나 걸린다고 해요.)

 

 

아래는 제가 하노이 거리를 다니면서 찍은 자수 그림이에요.

대부분 가게 밖에서 사진을 찍어서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어요.

한번 구경해 보세요.

 

 

 

 

 

   

 

 

   

 

 

아주 예쁘지요?

 

베트남 전통 자수화는 17세기에 중국으로부터 자수 기술을 습득하여

베트남 고유의 자수기법과 결합, 독창적이고도 창의적인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해 발전해 왔대요.

중부지방의 후에(Hue)의 응웬(Nguyen) 왕조가 후에에 도시(古都)를 건설할 무렵부터 자수가 장려되어 왔는데,

바오다이 황제의 어머니인 호앙티꾹 (Hoang Thi Cuc)은 자수의 달인이었고,

남프응 (Nam Phuong) 황후 역시 프랑스 유학시절, 서양의 자수기술을 습득한 후

베트남의 전통자수기법과 잘 조화시켜 독특한 궁전 자수화를 창조했다고 합니다.

 

베트남 여성들의 섬세함과 뛰어난 손기술이 결합된 자수화는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대표할 만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