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와서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여성을 위한 날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5월 10일은 어머니의 날
10월 20일은 베트남 여성의 날
베트남에서는 세 날을 모두 기념하고 있다.
오늘은 10월 20일, 베트남 여성의 날.
베트남 여성은 오늘 하루 만큼은 공주, 왕비가 되는 날이다.
남편이나 남성들은 부인, 애인에게 뿐만 아니라 주위의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한다.
부인이나 애인에게는 꽃다발은 기본이고, 향수나 핸드백, 구두 등의 선물도 반드시 한다고 한다.
또한 맛있는 식당에 가서 외식도 물론 하고...
오늘 하루 여성은 남편이나 애인, 남자친구에게 공주, 왕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날인 것이다.
여성의 날이 다가오면 거리는 꽃장수로 넘쳐 난다.
어제 저녁 산책을 할 겸 해서 학교 근처를 돌아봤는데, 거리가 꽃장수들로 넘쳐나고 있다.
학교 주변의 꽃가게에서는 꽃을 만드느라 무척 분주했다.
선물용 꽃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꽃가게
거리는 꽃장수들로 넘치고 이미 인도까지 점령해 버렸다.
하긴 오늘, 내일이 대목이니까...
꽃을 한 아름 사가지고 가는 아저씨
"이거 사가지고 가야 마누라한테 구박 안 받아요" ㅎㅎ
여성의 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거리도 유난히 더 복잡하고 교통체증도 아주 심했다.
오늘도 거리는 꽃장수들로 넘쳐 난다.
여유가 있는 남성들은 이렇게 예쁜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여유가 없는 남성들은(주로 학생들) 꽃 한송이를 선물한다.
여성의 날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 기뻐할 테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도 많은 것 같다.
오늘 시내에서 본 코코넛 파는 아주머니
저 아주머니에게 여성의 날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바구니의 짐이 무거워 어깨에 멘 가인 항의 대나무 장대가 휘어졌구나...
베트남 대학교에서는 여성의 날이 되면 학생들이 여자 선생님들에게 반드시 꽃다발을 선물한다.
오늘 시내에 나가 있는데, 3학년 여학생이 전화를 했다.
"선생님, 오늘이 여성의 날이라 저희가 선생님께 꽃다발을 드리고 싶은데, 숙소에 계시는지요?" 하고 묻는 전화가 왔다.
"아니... 선생님이 지금 시내에 나와 있는데...
그런데 너희들도 여성이고 선생님도 여성인데, 왜 꽃선물을 하니?"(이건 매년 묻는 질문이다. ㅎㅎ) 하고 물으니
"저희반에 남학생 2명이 있잖아요. 남학생이 선생님께 마음을 전하고 싶대요" 하고 말을 한다.
"그래... 그럼 선생님이 3시경에 숙소에 있을 테니 숙소로 오렴..."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노이에 있는 2년 동안 1년에 두 번 있는 여성의 날에 학생들에게 어김없이 꽃을 선물 받았다.
2009년 10월 19일, 여성의 날 전날에 받은 꽃
2010년 10월 20일 여성의 날에 받은 꽃
오늘 3학년 학생들에게 받은 꽃
오늘 나는 수업이 없는 날인데, 수업이 없는 선생님까지 챙기다니...
학생들이 돈을 걷어서 꽃을 사는 것 같던데... 그리고 여자 선생님이 한 둘도 아닌데...
학생들이 마음 써주는 게 아주 고마웠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라고는 세계 여성의 날 하나뿐인데
베트남에서는 두 번씩이나 꼭 꼭 챙긴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한국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더 대접을 잘 받고 있는 건가??
아뭏든 벳남의 이런 좋은 풍습을 한국 남성들이 꼭 알아야 하는데... ㅎㅎㅎ
'하노이 살 적에.. > 베트남 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랑 열매를 씹어서 이빨이 검붉은 베트남 할머니들 (0) | 2011.12.08 |
---|---|
생활력 강한 베트남 여성들 (0) | 2011.12.02 |
어머니의 지게 - 꽝 가인(Qunag Ganh) (0) | 2011.10.15 |
[베트남] 어느 처자가 가장 예쁘세요?-소수민족 인형 책갈피 (0) | 2011.09.17 |
베트남 풍속화 그림 엽서 (0) | 201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