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이 발렌타이데이라고 하노이 거리에도 며칠 전부터 초컬릿과 꽃을 파는 노점이 부쩍 늘었다.
베트남 젊은이들도 발렌타인데이에는 연인들끼리 선물을 하며 즐겁게 지낸다.
엊그제, 발렌타이데이날에 무척 바빴다.
나를 파견한 한국의 연구원에서 베트남 선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 설명회를 한다고 하여
오전부터 거기에 참석했다가,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또 베트남 대학을 보고싶다고 해서
내가 파견되어 있는 외국어대에 모시고 와서 구경을 시켜드렸다.
또 오후에는 문묘와 민족학 박물관을 안내를 해 드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호안끼엠 호수도 구경시켜 드렸다.
발렌타인데이라서 그런지 하노이의 온 젊은이들이 모두 다 시내로 몰려나와 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로 엉켜 버렸다.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시커먼 매연과 경적 소리, 그리고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
공기가 너무 안좋아 잔기침이 계속 나오고, 택시는 오토바이에 가로 막혀 꼼짝도 안하고...
너무나 힘들었던 하루였다.
겨우 겨우 시내를 빠져 나와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11시가 다 되었다.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방문 손잡이에 비닐봉투 1개가 걸려 있었다.
어? 이게 뭐지?
가끔 학생들이 찐 옥수수가 들은 비닐봉투를 걸어놓고 가는 일은 있었는데, 옥수수는 아닌 것 같은데...
학생이 나를 찾아 왔다가 없으니, 방문 앞에 비닐봉투를 걸어 놓고 간 것 같았다.
숙소 방문 앞에 걸려 있었던 비닐 봉투
꺼내 보니 조그만 선물상자와 노트를 찢어서 쓴 편지가 꽂혀 있었다.
3학년 여학생이 쓴 편지
(학생을 위해서 이름은 지웠다)
편지를 쓴 여학생은 3학년 b반 학생으로, 아주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다.
한국어 발음도 정확하고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라, 내가 예뻐하는 학생 중의 하나이다.
상자속에 뭐가 들었나 하고 열어 보니, 동전 모양의 초컬릿 2개가 들어 있었다.
흐흐흐... 그런데 초컬릿보다 상자 값이 더 비쌌을 것 같은데... ㅋㅋ
학생에게 받은 동전 모양의 초컬릿 2개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하는 날이라고 알고 있는데,
벳남에서는 여학생이 여선생님께 초컬릿을 주기도 하나 보다. ㅎㅎ
어쨋든 선생님을 생각해주는 여학생의 마음이 아주 예쁘고 고마웠다.
내가 초컬릿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 초컬릿은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노이 살 적에.. > 하노이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호 통재라, 내 프린터여! (0) | 2012.04.21 |
---|---|
열흘 지난 생일을 챙겨 받다. (0) | 2012.04.12 |
하노이에 뜬 보름달 (0) | 2012.02.06 |
오늘도 고민 중... (0) | 2012.01.31 |
하노이는 아직도 설날 연휴 중... (0) | 2012.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