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베트남 먹거리

베트남에서 고춧가루 만들기

쏘아이 2012. 5. 18. 08:30

 

고춧가루가 거의 다 떨어져 한국슈퍼에 갔더니 한국산 고춧가루는 없고 짝퉁 중국산 고춧가루만 잔뜩 있었다.

전에 한국의 청*원에서 나온 고춧가루와 똑같은 포장을 한 고춧가루가 있어서 한국산인줄 알고 사다가 김치를 담궜는데,

맛이 너무 없어서 김치를 먹지 않고 다 버린 적이 있었다.

이상해서 고춧가루 봉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진품과 똑같이 만든 중국산 짝퉁 고춧가루였다.

어쩐지 맛이 없다고 했더니...

한국산 고춧가루와 중국산 고춧가루의 맛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한국산 고춧가루가 가격이 비싸니 하노이 한국슈퍼에서는 중국에서 만든 고춧가루를 가져다 파는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는 않았지만, 갈 때까지는 김치는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부족한 고춧가루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베트남 빨간고추를 사서 말려 고춧가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의심쩍은 중국산 보다는 베트남 고추를 직접 말려보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한 것이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잘 마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시내 큰 슈퍼에 나간 김에 붉은 고추 4팩을 사가지고 왔다.

1팩에 5천동 남짓하니까 4팩이라고 해 봐야 한국돈 천 몇 백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1팩에 5천동(280원 가량) 정도인 붉은 고추

 

 

잘 씻어서 반을 가르고 고추씨를 빼는데 너무 매운 냄새가 난다.

고추를 만진 손이 한동안 얼얼했다.

 

무척 매운 베트남 고추

 

날씨가 더워서 잘 마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기온은 34-38도 까지 올라가지만, 습도가 높으니 생각보다 잘 마르지 않는다.

잘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는 것도 있었고...

 

습도가 높지 않아야 고추가 잘 마를텐데 하노이는 습도가 높으니 고추가 바짝 마르질 않는다.

여기에서는 태양초 만드는게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열흘 정도 말리니, 마른 고추의 형상을 갖추기는 했다.

 

열흘 동안이나 말린 고추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고춧가루를 만들었다.

 바짝 마르지 않아서 그런지 갈린 상태가 곱지 않고 좀 거칠다.

약간 눅진한 감도 있는 것 같고...

 

4팩을 말려서 갈았는데 고춧가루 양은 많지 않았다.

 

베트남 고춧가루

 

 

조금 남아있던 한국산 고춧가루와 섞어서 사용하면, 그럭 저럭 갈때 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추를 말리는데 중에도 매운 냄새가 풀풀 나는 걸 보면, 베트남 고추가 무척 매운 것 같다.

맛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뭘 섞었는지 모를 중국산 보다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