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대학 한국어학과

베트남 대학 기말고사 풍경

쏘아이 2011. 12. 21. 22:35

 

한국의 대학은 이제 기말고사도 거의 다 끝나고 긴 겨울방학에 들어갔겠네요.

베트남 대학은 요즘 기말고사를 보고 있어요.

이곳 대학은 학년별로 개강일과 종강일이 달라요.

 

이번 학기 가장 먼저 개강을 한 4학년은 12월 초에 종강을 하고, 요즘 기말시험을 치르고 있지요.

9월 중순 경에 개강을 한 1-3학년은 1월 초-중순 경에 기말시험을 치를 예정이에요.

 

베트남 대학은 겨울방학이 없고 구정 설(뗏 명절)을 전후로 해서 2주간 공식 휴가를 줘요.

그게 겨울 방학인 셈이지요.

새학기 개강은 4학년은 올 12월 마지막 주에 하고, 2학년은 1월 9일, 1,3학년은 2월 6일에 개강을 해요.

이렇게 학년마다 개강일과 시험일, 종강일이 다 달라요.

 

요즘 4학년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 중이라서 오늘 시험 감독을 갔다 왔어요.

 

이곳 대학의 시험 제도는 한국과는 아주 달라요.

한국의 대학에서는 담당 선생이 재량껏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해서, 인터넷으로 성적을 입력하고 성적을 공시한 후,

 성적 확인 기간을 두어서 본인의 성적을 확인하게 하지요.

시험보는 것과 채점하는 모든 것을 담당 교수에게 일임하고 있지요.

 

그런데 베트남 대학은 그렇지가 않네요.

일단 시험문제를 A형, B형 두 유형으로 만들어 기한 내에 행정실에 제출을 하면,

행정실에서는 두 유형의 문제 가운데 한 문제를 임의로 선택하여 시험일에 맞춰서 문제를 복사를 해 줘요.

시험문제지는 봉인된 봉투 안에 들어 있어요.

 

A,B 형 두 유형으로 문제를 냄

 

 

한국어학과 담당 행정실에서는 두 문제 유형 가운데 하나를 임의로 선택한 후,

복사를 해서 봉투에 넣고 봉인을 하지요

 

오늘 치른 4학년 번역 시험 문제지가 들은 봉투 

 

 

 

문제지가 들은 봉투를 가지고 교실로 간 후 학생들을 번호대로 좌석에 앉게 해요.

책상위에는 시험용 필기도구만 놓게 하고 가방은 교실 앞쪽에 놔두게 하지요.

 

 학생들 가방

 

 

시험이 시작되면 담당 선생은 봉인된 봉투를 뜯어서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을 보게 하는데,

시험시간은 보통 60분 정도에요.

 

 오늘 번역시험은 A형 문제가 선택이 되었네요.

 

 

열심히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칠판은 분필로 글씨를 쓸 수 있는 흑판을 사용하고 있고, 에어컨이 없이 천장에 선풍기 2대가 있어요. 날씨가 좀 더우면

수업하기 너무 힘들어요. 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주위 소음이 커서, 선생님은 목소리를 아주 크게 내야 하거든요.)

 

 

 

컴퓨터와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는 교실은 몇개 되지 않아요.

 

 교실에 비치되어 있는 삼성 컴퓨터

컴퓨터는 삼성, TV는 소니, 빔프로젝터도 소니, 스피커도 외산...

대부분 외국에서 지원받은 물품들이에요.

 

 

 

시험 시작 후 30분 정도 지나면, 학생 사인용 용지를 돌려서 시험을 치루고 있는 학생들의 사인을 받아요.

 

 

시험이 끝나면 선생님은 문제지에 감독자 사인을 하고, 또 1명의 총감독자가 사인을 한 후,

행정실에 문제지를 넘겨 줘요.

그러면 행정실에서는 문제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채점 날짜를 지정해서

그날 학과에 선생들이 모여서 채점을 하게 되지요.

 

비좁은 학과 사무실에서 여러 명의 선생들이 모여서 채점을 하면 집중도 잘 안되고,

채점시간이 아주 길어지는 것 같아요.

 

따로 혼자서 채점해 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얘기하면 안된다고 해요.

이 나라가 이렇게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과 많이 다르네요.

 

담당선생이 채점할 답안지는 답안지의 절취선을 잘라낸 아랫 부분이에요.

즉 학생의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채점을 하는 거지요.

채점을 한 후에도 채점자 사인, 채점자를 감독한 선생의 사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담당 선생을 믿고 채점을 맡기면 될텐데.....

 

저는 감시를 받으면서 채점을 하는 것 같아서 채점을 할때는 별로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저렇게 공정성을 기하면서 채점을 한다고 해도

점수가 안돼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게 되면, 베트남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서

학생을 구제해 주면 안되겠냐고 얘기를 해요. ㅋㅋ

도대체 이게 무슨 시스템인지...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그래... 까짓 거 인심 써 주지 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고사 성적 전표를(엑셀로 만든 전표) 수정하라고 얘기를 해 줘요.

 

나름 공정성을 표방하면서 채점과 성적 산정을 한다고 하지만... 이거 공정한 것인가요?

저는 이곳의 시스템을 바꿀 생각도 없고, 바꾸고 싶지도 않지만...

비좁은 학과 사무실에 모여서 채점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갑갑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