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동하는 일이다.
지하철이 없어서 버스나 택시 아니면 세옴(오토바이 택시)을 타야 하는데,
버스나 세옴의 경우는 추천할 만한 이동 수단은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하지만,
한국인들이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거나 운전을 하거나 하는 일은 무척 위험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주로 택시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하노이 물가 수준에 비해서 택시비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늘 택시로 이동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부담이 된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학교 외국인 기숙사에 살고 있는 내가 시내에 택시를 타고 나가게 되면
보통 편도 12만동(6,600원 정도), 왕복 25만동(14,000원 정도) 정도 나오게 된다.
그런데 재수없게 이상한 택시를 타게 되면 바가지까지 쓰게 되어, 돈보다도 기분이 아주 더러워지기 때문에,
택시를 늘 탄다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주 한가한,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가격이 매우 싼 버스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주로 나는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은 오전 10-11시 사이에, 그리고 오후 1시-3시 사이에는 가끔 버스를 타고 다닌다.
하노이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대부분 낡고 더럽고 냄새까지 나며,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버스도 있다.
제대로 된 좌석이 있는 버스는 거의 없으며, 좌석 시트는 대부분 찢어져서 스폰지가 다 나와 있다.
버스의 바닥이 낡고 구멍이 난 버스도 있어서, 버스 안에서 버스 밑의 아스팔트를 볼 수 있는 버스도 있다.
한국에서 폐차장으로 가는 버스들이 모두 베트남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에어컨도 나오는 버스도 있어서, 아주 가끔 이용하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무척 싸다는 것!
버스비는 대부분 3천동(160원 정도) 이다.
이날 탄 버스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뒷자석에 편히 앉아서 갔다.
베트남 버스 안 풍경
이곳도 한국처럼 정류장에 내리려면 미리 정차벨을 눌러야 한다.
벨을 누르려는데... 많이 보던 글자가 눈에 뜨인다.
벨을 누르기 전에는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정차용 벨
벨을 누르니 선명하게 보이는
"정차합니다'
순간, 여기가 서울인가 하노이인가 하는 생각이.... ㅎㅎ
"정차합니다"
버스에도 트럭에도 이상하게 쓰인 한국어가 많은 걸 보면,
아마 한국의 폐차 직전의 버스나 트럭들이 대부분 베트남으로 오는 것 같다.
베트남은 대중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오토바이가 없는 학생들이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 버스인데,
출퇴근 시간이 되면 만원이어서 이용하기 너무나 힘들다.
버스비는 무척 싸지만 대부분의 버스들이 노후하여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공기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난 1월에 호치민에 가서 보니 호치민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시내버스는 아주 깨끗하고 새 것들이 많던데...
하노이가 베트남의 수도인데, 버스도 좀 새로운 것으로 개량을 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편히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한 10년 뒤에 하노이에 다시 오면 그때는 지하철이나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려나...
10년 뒤의 하노이 시내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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