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월에 졸업한 한국어학과의 여학생 중 하나가 지난 봄에 나를 보더니,
"선생님, 오래가 많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엥? 그게 무슨 말이니?" 하고 물으니
"어? 선생님은 이 말 모르세요? 한국사람이 가르쳐 준 말인데요" 한다.
내가 "한국사람이 가르쳐 줬어?, 그런데 그거 표준말이 아닌데..." 하니
"이상하네요. 이런 말 다 안다고 하던데..." 한다.
4학년 여학생이 한 말의 의미는, 아마 '선생님, 오랫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이런 뜻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3,4학년이 되면 각종 행사에 통역 도우미로 나가서 많은 한국인들을 접한다.
회사원, 대학생들, 자영업자, 관광객 등등...
베트남 학생들을 만나는 한국인들이 재미로 이런 말들을 가르쳐 주는 것 같은데
학생들에게 그런 말의 흡인력은 무척 크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한국인들에게서 정확하지 않은 한국어를 배워서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한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말할 때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정확하지 않아도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베트남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하노이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한국어를 접할 수 있다.
한국어로 간판을 써 붙인 가게, 한국어가 적혀있는 트럭, 한국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젊은이 등...
잘못쓰인 한국어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타국에서 한국어를 접하게 되면 매우 반갑다.
몇달 전에 학교 근처에 새로 카페가 하나 생겼는데,
간판을 한쪽은 베트남어로 한쪽은 한국어로 썼다.
바로 아래의 가게이다.
아이스크림과 각종 차, 쥬스를 파는 카페인 것 같은데, 진주우유차는 무얼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경상도 진주? 보석 진주? 아니면 진짜라는 의미를 잘못 쓴 거?
추측컨대 진짜 100% 우유차 란 말을 잘못 쓴 것은 아닐까?
맨 위의 간판을 한번 읽어 보면
Tra(차) Sua(우유) Tran Chau(진주,珍珠)
Cong Nghe(공예,기술) Han Quoc(한국)
이를 해석해 보면 "한국 기술로 만든 진주같은 우유차"
정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벽에 쓰여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이다.
왜 특히 얼굴이 맛있을까? ㅎㅎ
아무리 유추해봐도 이건 정말 해석 불가능하다.
추측컨대 주인이 아마 한국에 가서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아 카페를 낸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생활을 해서 한국어를 알기는 하는데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사람이야,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왔어" 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카페에 한국어를 써 놓은 것은 아닐까?
하여간 참 재미있다. 특히 얼굴이 맛있는 카페라...
학교 근처를 산책 할때 마다 만나는 소형트럭이 한 대 있다.
이 트럭에도 한국어가 적혀 있는데...
트럭 뒷면과 트럭 옆면에 한국어가 쓰여 있다. 읽어보면
CONG TY(회사) AN TOAN(안전)
SUC KHOE(건강)
AN TOAN(안전)
MOI TRUONG(환경)
즉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 차량이다.
트럭이 이 자리에 자주 주차되어 있는 걸 보아
트럭 주인이 이 근처에 사는 듯 하다.
"안전하는 사람들" ㅎㅎ
아저씨!, "자나깨나, 안전!, 늘 안전에 신경 쓰셔야 해요."
'하노이 살 적에.. > 하노이의 한국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노이 버스에서 볼 수 있는 한글-'정차합니다' (0) | 2012.04.09 |
---|---|
재미있는 하노이의 한국어(4) (0) | 2011.12.20 |
재미있는 하노이의 한국어(3) (0) | 2011.10.18 |
재미있는 하노이의 한국어(1) (0) | 2011.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