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하노이 일상

반가운 신호등

쏘아이 2011. 9. 4. 22:12

여름방학때 한국에 갔다가 하노이로 돌아오니 그 사이에 달라진 게 있었다.

학교앞 도로에 신호등이 설치된 것이다.

너무나도 반가운 신호등!!

신호등 하나 설치된 것이 뭐 대단한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노이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차와 오토바이로 꽉 막혀있는 도로를 눈치껏 건너기는  매우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차와 오토바이로 꽉 막힌 퇴근 무렵 학교 앞 도로

 

 

하노이 시내 몇 군데에서는 신호등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도로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냥 눈치껏 알아서 건너야 하는 것이다.

하노이생활 2년차 이지만, 아직도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어떤 때는 오토바이 틈에 끼어 오도가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오토바이로 꽉 막힌 도로를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한 10여분 그냥 자리에 서 있던 적도 있었다.

 

항상 도로를 건널 때면 누군가 같이 건널 사람을 기다리게 되고, 가능하면 그 사람 옆에 착 붙어서(방패삼아?) 도로를 건너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 앞에 신호등이 생겼으니, 길을 건너는 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학교앞에 설치된 신호등

 

 

그런데 아직까지 신호등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사람들은 빨간불에도 건너고,

 파란불인데도 차와 오토바이가 쌩쌩 달리니, 질서가 자리 잡히려면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하노이에 온지 2년 째 되는데, 신호등 설치가 내게는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로 보인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고층빌딩이 올라가 외형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시민의식,

질서의식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에 한국어학과에 계셨던 한 한국 선생님께서는 대학생 동아리를 만들어서 버스 탈 때 줄서기,

공공장소에서 줄서기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하셨을까.

나도 동감이었지만 그러나 여기는 베트남이고 외국인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디서나 줄서는 법이 거의 없다.

버스를 탈때도 행동이 잽싸지 않으면 버스를 타기 어렵다.

앞사람이 발을 버스에 올려 놓고 있는데도 뒤에서 밀치고 새치기를 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베트남 버스는 정류소에서 완전히 stop을 하지 않고 서서히 가는 상태에서 승객을 내려주기 때문에

행동이 빠르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밀려서 내리고 싶은 정류장에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 있는 큰 슈퍼에 가면 줄을 서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kg단위로 팔기 때문에, 사고 싶은 만큼 봉투에 넣어서 무게를 잰 후,

 계산원에게 가격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줄을 서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는 바람에, 나는 10여분 동안이나 가격표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배워둔 베트남 말이 “줄을 서세요” 였는데, 내 말을 듣고도 씩~ 웃으며 보란듯이 새치기를 한다.

 

질서의식 캠페인은 베트남인 스스로 벌여야지 외국인이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외국에 나가서 선진문화, 질서의식, 시민의식 등을 경험하고 몸에 익힌 베트남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베트남인들도 머지않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시민의식, 질서의식을 갖춘 세계인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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