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하노이 일상

하노이의 버스 안 풍경

쏘아이 2011. 9. 16. 02:10

베트남에 와서 생활을 하면서 예전 어릴 적 한국의 모습을 많이 회상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버스 안에서이다.

 

우선, 옛날 70년대 한국의 버스처럼 버스에 차장이 있다는 것이다.

옛날 한국 버스의 차장은 주로 여성이었는데 

베트남 버스의 차장은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 다르다.

 

예전의 한국의 차장들은 버스가 만원이면, 버스에서 내려서 손으로 사람들을 꽉~꽉~ 밀어 넣으면서

잽싸게 버스에 올라타, 손으로 버스를 탕~탕~ 치면서, 오라잇~ 하고 출발신호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베트남 버스 차장은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로 버스에서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목욕탕 의자나 플라스틱 의자를 운전석 뒤에 비치해 두고

버스가 만원인데도 차장은 앉아서 간다.

 

또한 베트남 차장은 버스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학생들이 큰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하라는 고함 한 마디로 버스안을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든다.

베트남 버스에서는 차장이 왕인 것이다.

 

두번째, 한국의 예전 모습과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는데,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버스에 타시면

젊은이들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노인이 탄 것을 보지 못했거나, 졸고 있어서 보지 못했을 경우에는

차장이 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소리를 친다.

어른이나 노약자를 공경하는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하노이에 와서 "베트남 버스는 위험하니 될 수 있으면 타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에 우리 학과에서 근무했던 젊은 한국인 선생들도

베트남 버스에서 핸드폰, 지갑,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하노이의 택시값이 무척 올라서 매번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주로 버스로 이동을 하고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택시로 이동을 하고 있다. 

 

보통 시내에 나가게 되면 택시비가 왕복 16만동(8,000원) 이상 나오게 된다.

게다가 재수 없어서 이상한 택시를 만나게 되면, 택시비를 바가지 쓰는 것은 물론이고

기분까지 잡치게 되어 아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시간대를 잘 맞춰서 타면 베트남 버스도 탈 만 하다.

고물버스이긴 하지만 에어컨도 나오고 정차벨도 있고(정차벨이 대부분 고장이긴 하지만...)

가끔씩 외국인이라고 자리를 양보 받기도 하고.. ㅎㅎ

 

                                                 베트남 버스                                                                                버스표(3,000동-150원 정도)

 

 

 

 

오전 10시대, 오후 2-3시대에는 버스가 한산하다.

 

운전석 뒤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있는 차장

 

 

그리고 베트남 버스에서는 한글 낙서도 가끔 볼 수 있다.

 

흰색 수정액 글씨가 선명한 것으로 보아

낙서한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생일 축하해, 슈퍼주니어, 사랑해요..."

 

 

한국 가수의 인기를 베트남 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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