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살 적에../하노이 투어

베트남 유적 탐방-하노이에도 잠실(蠶室)이 있다?

쏘아이 2011. 10. 12. 00:49

 

몇주 전 일요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호떠이(서호,西湖)에 갔다.

호떠이는 너무 넓어서 꼭 바다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호떠이 http://blog.daum.net/mshis/9)

 

가끔 한자(중국어)로 표기된 하노이 지도를 보곤 하는데

호떠이 근처에 응이 땀(Nghi Tam) 길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응이 땀(Nghi Tam) 이 한자어로 의잠(宜蠶 - 양잠하기에 적당한 곳) 이네..

베트남이 옛날 중국에 비단을 조공으로 많이 바쳤고 비단으로 유명했던 나라인데...

(하노이 근교 반푹 실크마을   http://blog.daum.net/mshis/8)

 

흠... 혹시 여기 양잠과 관련된 역사적 유래를 간직한 곳 아닌가??

 

서울에 송파구 잠실동이 있다.

지금은 고층아파트가 밀집된 주거지역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설치한 잠실(누에를 치는 관청) 이 있던 지역이다.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뽕나무가 무척 무성하였던 곳이다.

 

서초구 잠원동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잠원동에는 뽕나무가 무척 많아서 잠실에 뽕잎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지명이란 대체적으로 역사적 유래를 따라 붙이기 마련이다.

 

중국어로 된 하노이 지도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이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장띠(Trang Thi) 거리는 한자로 장시(場試 - 과거시험을 보던 곳) 이다.

전통시대 베트남에서는 현재 하노이의 장띠 거리 근처에서 과거시험을 치뤘기 때문에

그 유래를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응이 땀(Nghi Tam, 宜蠶) 이라는 거리 이름은 분명히 양잠과 관련되어 지명이 붙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길을 한번 살펴보기 위해 작정을 하고 호떠이에 간 것이었다.

 

호떠이(서호) 근처의 응이 땀 길

 

 

지도를 따라 죽 길을 걸어가는데, 호수 근처에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 눈에 띄였다.

지도를 보니 금련사(金蓮寺) 라는 절이었다.

 

호수가에 있는 아름다운 금련사 풍경

 

 

 

음... 아주 아름다운데.. 저 절에 한번 가 볼까..

 

절의 입구는 인터컨티넨털 호텔 근처에 있었다.

절의 입구를 찾아서 한참을 걸어가는데, 길 가에 금련사를 알리는 간판이 보였다.

 

엥? 금련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잠정(宜蠶亭)이라니? 

의잠정...  양잠을 하는 정자라...

 음... 추측대로 이곳이 양잠과 관련이 있는 곳이 맞구나....

 

 

 

 

금련사는 인터콘티넨털 호텔 바로 근처에 있었다.

 

 멋진 모습의 금련사 문

이런 모습의 절은 하노이에서 처음 보는 것인데...

 

 절 문 앞에 바로 여러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문을 제대로 찍기 어려워 지붕 좌우가 잘렸다. ㅜ.ㅜ.

 

                                             절 입구 문                                                                                                       뒤에서 찍은 문의 모습

 

 

 

 

금련사, 청허궁, 자비지 라고 쓴 현판이 붙어 있었다.

 

음... 현판을 보니, 이 곳이 어떤 역사적 유래를 갖고 있는지 말해 주는 듯 하다.

 

숙소로 돌아와 벳남 인터넷을 검색하여, 금련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한국에 1년 어학연수를 다녀와 한국어 실력이 좋은 4학년 학생에게

초벌 번역을 해보라고 주었더니, 좀 엉성하긴 하지만 번역을 해 가지고 왔다.

 

이 금련사는 옛날 공주가 살던 궁이었다. 그래서 청허궁이란 현판이 붙어 있는 것이고

나중에 이름이 자비지로 바뀌었고, 또 후에 금련사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 절은 원래 베트남 최초의 장기 왕조였던 리(Ly, 李朝, 1009-1225) 왕조 시대에 뜨 화(TU Hoa) 궁이었다.

리 턴통(Ly Than Tong, 李神宗, 1128-1138)에게는 뜨 화 라는 이름의 공주가 있었는데,

 뜨 화 공주는 궁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이름을 Tam Tang [잠상蠶桑-누에와 뽕나무] 으 이름을 지었다.

 

왕은 공주가  있도록기에 궁을 짓게 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곳은 NGHI TAM(宜蠶-양잠을 하기에 좋은 ) 으 불리게 되었다.

공주가 죽은 후에 백성들은 여기에 절을 만들었으며, 이 절은 1443년에 자비(DAI BI) 이름을 붙였. 

 

찡(Trinh, 鄭) 씨 시대에 절이 많이 달라졌는데,

찡 썸(Trinh Sam, 鄭森, 1767-1782) 은, 궁녀 출신의 후비 당티 후에(Dang Thi Hue) 를

너무나 사랑하여 이 절을 대대적으로 수리했고 이름을 금련사로 바꿨다.

당티 후에(Dang Thi Hue) 후비는 이 절에 자주 왔다고 한다.

 

그 뒤 전 응우웬(Nguyen, 阮) 왕조의

꽝 쭝 응우웬 후에(Quang Trung Nguyen Hue, 光中 阮惠, 1788-1792) 때 절이 다시 복원되었다.

지금 절의 모습이 바로 그때의 모습이다.

 

이 절의 건축양식은 남부의 건축양식인데

이는  꽝 쭝(Quang Trung) 왕 시대에 남부 목수들이 복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이 금련사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서

하노이에서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유래를 가지고 있는 절.

 

그러나 대부분의 베트남 절들이 그러하듯이, 주요 전각들의 문을 꼭꼭 닫아 걸어 놓았다.

그래서 건물 내부를 하나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여기가 대웅전 일텐데..  문을 잠가 놓았다.

 

 

  

 

 

 

 

절안에 200년 전에 만든 나무 불상(木像) 이 있다고 하는데

문을 잠가 놓아서 보지 못했다.

언제 절을 개방하는 지 알아보고 다음에 다시 방문해야겠다.

 

이런 역사적 유래를 가지고 있는 금련사가 있으니,

당연히 이 근처의 지명이 응이 땀(Nghi Tam, 宜蠶) 이 된 것..

 

공주가 양잠을 하던 곳이니, 그 건물을 의잠정(宜蠶亭)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의잠정은 즉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비들이 양잠을 했던 잠실과 같은 성격을 가진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로 보아

전통시대 베트남의 왕과 왕비는

농업과 양잠을 몸소 행하여 백성에게 권장하는 의미를 가진

친경(親耕) 의식과 친잠(親蠶) 의식을 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러니 호떠이 근처의 응이 땀(Nghi Tam, 宜蠶) 지역은

하노이의 잠실(蠶室)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