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노이는 오랜만에 해가 쨍~ 하고 떴다.
이 얼마 만에 보는 햇님인가... 정말로 반갑구나.
해가 났으니 일광욕도 할 겸, 하노이 시내로 나갔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가다가, 문묘 근처에서 내렸다.
문묘는 여러 번 가 봤으니, 다른데로 한번 가 볼까...
( 문묘 ☞ http://blog.daum.net/mshis/57)
지도를 보니 가까운 곳에 호아로 수용소가 있었다.
호아로 수용소는 내가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인데...
베트남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고...
거기 가게 되면, 한국의 슬픈 근현대사가 오버랩 될 것 같아서...
그래도 한번 쯤은 가 봐야겠지...
어차피 근처까지 왔는데...
호아로 수용소 입구 입장료는 10,000동(550원 정도)
호아로 수용소는 인도차이나를 식민지배하고 있던 프랑스 정부가
베트남의 독립 인사를 수용하기 위해 1896년에 만든 감옥이다.
베트남의 독립 운동가들을 고문하기 위한 족쇄들과 처형에 사용했던 길로틴이 전시되어 있으며,
베트남 전쟁 때에는 미군 포로들을 수용한 수용소로 사용되어
미군들 사이에서는 “하노이 힐튼호텔”로 비꼬아 불리웠던 곳이라고 한다.
호아로 수용소는 450명 정도로 수용할 규모였으나
1930년대에는 약 2천명 가까이가 수용되어 있었다고 한다.
호아로 수용소의 옛날 모습
죄수들이 사용하던 그릇들과 죄수복, 각종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목에 칼을 쓴 끔찍한 모습의 사진들
남자 정치범들을 가둔 방
나는 무서워서 못 들어 가고 겉에서만 봤다.
1층 마당에 있는 아몬드 나무
이 아몬드 나무에 대한 설명이 영어와 베트남어로 쓰여 있는데, 영어를 읽어 보면..
아몬드 나무 : 1930-1954년까지 정치범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아몬드 너트가 사용되었으며,
아몬드 껍질과 어린 잎은 이질(dysentary), 설사(diarrhea),
그리고 상처와 궤양을 치료하는데 사용했다.
아몬드 가지는 펜대, 파이프(담뱃대), 플루트,
그리고 다른 음악 악기로 사용했다.
아몬드 나무 밑에서 정치범들은 잔인한 감금과 야만적인 억압에 대항하여
투쟁의 방법을 의논하곤 했다.
아몬드 나무가 죄수들에게 상당히 위안을 줬던 것 같구나...
호아로 수용소 2층에 올라가면 아몬드 나무 뿌리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나무 역시 독립 인사들이 혁명의 주요 정보 문서를 감추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문서를 감추는데 이용했던 아몬드 나무
다시 1층으로 돌아와서...
1층 마당에는 옛 호아로 하수구 문이 전시되어 있다.
독립 인사들이 이 하수구 문을 통해 비밀 쪽지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탄압받는 베트남 독립 인사들을 그린 부조
길로틴(단두대)과 감옥의 모습
족쇄를 차고 있는 감옥 안 죄수의 모습
1층 마당으로 나와 숨 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1층 마당에 있는 문을 지나면
죄수들의 모습을 음각해 놓은 벽이 보이고...
다시 돌아와서 1층을 마저 구경을 했다.
이곳이 베트남 전쟁때 미군들을 수용했던 곳이기도 해서
미군 죄수들과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1층을 다 보고 나서, 2층으로 올라가는데...
앗! 한글이다. 우~와~ 반가워라.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에 깔린
빨간 색의 "어서 오십시오" 깔판..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구나.. ㅎㅎ
2층에는 베트남 독립인사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밖의 하노이 날씨는 매우 화창하고 좋은데...
호아로 수용소를 본 뒤, 내 마음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오버랩 되면서 착잡해졌다.
서대문 형무소가 자꾸 떠오르고...
호아로 수용소에는 절대로 혼자서 방문하면 안될 것 같다.
특히 식민 지배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기분이 무척 다운되기 때문에...
착잡한 기분을 서로 달래 줄 말동무가 필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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