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새벽시장에 갔는데 꽃장수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또 부르신다.
내가 자주 꽃을 샀더니 나를 보기만 하면 꽃 사라고 부르시네... ㅎㅎ
오늘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꽃을 가져 오셨다.
어? 이 꽃은 처음 보는데...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에게 무슨 꽃이냐고 물으니, "화 ?? 디허~우" 라고 하신다.
잘 못 알아 들어서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역시나 잘 안들린다. ㅠ.ㅠ
그 발음을 비슷하게 내가 따라 하니까, 아주머니가 다시 발음을 해 주신다.
내가 다시 따라 해보니 내 발음이 이상한지, 이젠 아주머니가 아주 큰 소리로 깔깔깔 웃으신다.
나는 꽃이름을 외우려고 일부러 따라해 본 것인데... ㅠ.ㅠ.
"아주머니, 왜 웃으시냐구요? 한국사람이 베트남어 발음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성조에 따라서 때로는 으~응~ 응~으~ 하고 울어줘야 하고, 그리고 가래침 뱉을 때 나는 소리처럼 캭~,
또 목소리를 낮게 해서 음↘... 등 아주 요상한 소리를 내야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벳남어에는 발음하기 남사스러운 발음들이 좀 많아서, 한국 양반들은 배우기 어렵다니까요." ㅎㅎㅎ
아주머니가 말씀해주신 대로 대충 꽃이름을 외운 후 꽃을 사가지고 왔다.
2다발(20송이) 4만동(2,200원 정도) 을 줬으니, 그리 비싼 꽃은 아닌 것 같다.
이 꽃은 키가 아주 컸는데 길이가 1m가 넘는 것 같았다.
일단 큰 화병에 꽃을 꽂고, 꼬마 화병에도 한 송이를 꽂아 보았다.
이런 키가 큰 꽃들은 화병보다는 수반에 꽂아야 근사해 보이는데...
여기에는 수반도 없고 제대로 된 화기도 없으니 그냥 화병에 적당히 잘라서 꽂는 수 밖에...
꽃을 꽂기는 했는데 꽃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베트남 구글에서 꽃장수 아주머니가 발음해 준대로 열심히 검색어를 넣어가며 검색을 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안 나온다.
에효... 내 벳남어는 늘 초급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구나...
한참을 검색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 꽃이름을 모른들 어떠랴~ ' 하고 포기를 할까 하다가
"내가 누구인가, 의지와 끈기의 한국인 아닌가! 여기서 그만 두면 너무 허무하잖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또 검색어를 바꿔가면서 검색을 했다.
얏~호 !! 드디어 꽃이름을 찾아냈다.
이 꽃 이름은 베트남어로 화 티엔 디~우(Hoa Thien Dieu, 천조화-天鳥花) 이다.
아주머니 발음도 좀 이상했고, 내 리스닝도 영 잘못되어 잘 검색이 안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꽃을 극락조화(極樂鳥花) 라고 부르며
영어로는 bird of paradise flower, 또는 Crane flower(학꽃) 이라고 부른다.
극락조라는 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산 천조화는 극락조화의 변종인 것 같다.
극락조화의 변종이 동남아 여러 나라에 있다고 하더니, 내가 산 천조화가 극락조화의 변종인 듯 하다.
원래 극락조화는 아래 사진처럼 아주 아름답게 생겼다.
원래의 극락조화와 내가 산 극락조화. 내가 산 극락조화는 뭔가 좀 엉성해 보인다.
극락조화는 파초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풀로,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이 원산지라고 한다.
꽃말은 신비, 영원히 변하지 않음 이라고 한다.
아주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 꽃이긴 한데.... 향이 전혀 없다.
사람이나 꽃이나 자기 만의 향내를 가지고 있는 게 좋은 법인데...
극락조화는 예쁘기는 하지만...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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